4년 전 제가 담임을 맡은 반에는 소문난 말썽쟁이가 몇 명 있었습니다.
조회를 마치고 교무실로 향하던 제게 말썽꾸러기 중 한 명이었던 수호가
맑은 가을 하늘에서나 볼 법한 구름처럼 새하얀 커튼을 조심스럽게 내밀었습니다.
"선생님, 커튼 빨아 왔는데요."
녀석의 손과 얼굴에서 쑥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수호가 이걸 빨아 왔다구? 그래 수고했다."
전 감탄사를 연발하며 우락부락한 수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졸업하고 4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저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호가 세탁을 했다고 굳게 믿었던 커튼은 사실 반장이었던 경희가 세탁해 온 것이었고,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경희는 자칫 선생님에게 미움을 살지도 모를 친구에게 공을 돌린 것이었지요.
그 덕택에 전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말썽쟁이 친구들은
세상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던 겁니다.
가르침이란 것이 지식의 전달만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게 해 주었던 제자 경희.
어쩌면 그 아이가 저의 스승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박균호 님 | 경북 용운중 선생님 (좋은친구 7월호 '산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