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주고받는 자리는 언제나 멋지다.
그 이유는 상을 받는 사람들이 근사한 말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정말 멋진 수상의 소감이 있었다.
몇 년 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한 작가의 이야기이다.
부모가 이혼한 뒤 가난한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소년.
그 소년은 일이 끝나는 아버지를 언제나 빵가게 앞에서 기다렸다.
서양의 빵가게란 얼마나 유혹적이며 화려한가.
여성들의 혼을 빼놓는 보석가게 못지 않다.
소년은 침을 꿀꺽 삼키며 날마다 그 가게 안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이미 가난을 경험한 소년은 그 아름다운 빵과 과자가 자기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일이 일찍 끝난 아버지가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는 소년의 손을 잡고 당당히 빵가게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속삭였다.
"얘야, 빵가게에는 빵을 사지 않더라도 들어가 볼 수 있는 거란다.
우리 실컷 냄새 맞고 구경하자."
그날 소년은 원없이 구수한 빵냄새를 맞고 어여쁜 과자 구경을 했다.
이제 그 소년은 어른이 되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제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아버지 덕분이에요.
사지 않더라도 빵가게에는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으니까요."
모든 빵가게에 나는 들어가보고 싶다.
빵을 살 돈이 없더라도 혹은 살 생각이 없다 해도 그곳에 들어가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쓰나 보다.
<간절히@두려움 없이>, 전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