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네 명 가운데 우리 엄마만 휴대전화가 없다.
엊그제부터인가 엄마는 휴대전화를 사야겠다며 단말기 가격과 가입비 등 여러 가지 조사를 하고 다니셨다.
마지막으로 아빠를 어렵지 않게 꼬셔 내 드디어 어제 엄마는 휴대전화기를 장만하셨다.
엄마는 30분 뒤에 켜서 사용하면 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시고는 정말 딱 30분이 지나자 휴대폰을 켰다.
그런데 아직 개통이 안 되어 있자 크게 실망하는 눈치였다.
5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엄마 전화기 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엄마는 흐뭇해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엄마는 휴대전화기를 꼭 쥐고 무릎 위에 설명서를 올려놓고는 사용방법 익히기에 열심이셨다.
다음날 아침에도 평소 같았으면 아침뉴스를 졸면서 보셨을 엄마가 반짝이는 눈으로 문자연습에 빠져 계셨다.
저녁에 집에 들어왔더니 나를 보자마자 문자메시지 보는 방법을 물어오셨다.
열어 보니 총 세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는데, 모두 동생이 보낸 문자였다.
난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편지함을 열었다.
오전 11시에 동생이 보낸 문자였다.
내가 열어 드린 문자메시지 창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바라보시는 엄마를 보며 그거 궁금해
저녁밥은 어찌 지으셨을까 빙그레 웃음이 났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엄마는 또 휴대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계셨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가슴 한켠이 짠해 왔다.
항상 좋은 것은 아버지와 우리들에게 먼저 내미시는 엄마.
그래서 조금은 궁상맞아 보일 때도 종종 있었지만, 전에는 부모는 원래 다 그렇게 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닭고기 중에서 목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든 엄마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난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했다. 이것이 철이 든다는 느낌일까.
어제 우리집에 들어온 신참내기 휴대전화가 나를 한 치 더 자라게 만들어 준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