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근무할 코너는 보석과 시계를 취급하는 곳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분주했던 매장이 한적해질 무렵, 식곤증이 하품을 부를 때였습니다.
"엄마, 이 시계가 맘에 들어. 이거 사 주세요."
아홉 살 정도 되었을까?
초롱초롱한 눈매를 가진 남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아당기며 진열장 시계 하나를 가리킵니다.
전 그 제품의 우수함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얘야, 그건 너무 비싸단다. 2만 5천 원이나 하는 걸. 다음에 사 줄게."
하지만 아이는 그 시계가 무척 근사해 꼭 갖고 싶은지 엄마 손에 끌려가면서도
머리를 돌려 자꾸만 바라보았습니다.
그저 철없이 떼쓰는 아이려니 생각하고 잊었는데, 한 시간 남짓 지났을까,
또다시 그들이 나타났습니다.
초라한 옷차림의 엄마는 아주 조심스럽게 지갑에서 돈을 꺼냈습니다.
만 원권 한 장과 천 원짜리 지폐 열댓 장 그리고 동전까지….
아이의 얼굴이 환한 햇살처럼 빛나고 두 볼은 발그레해지고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얼른 시계를 제 손목에 찹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더라고요.
한동안 버스비가 없어 걸어다니더라도 아이에게 시계를 사 주고 싶어서요."
시계의 택을 떼 바코드를 읽혔더니 28,000이 나왔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것입니다.
"손님,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네요. 어쩌지요?"
전 너무 미안해 얼굴까지 붉히며 사과를 했습니다.
그때 아이 엄마 두 눈에 그렁그렁해진 눈물을 보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일 때문에 아이와 떨어져 지낸답니다.
오랜만에 할머니 집에 맡겨 놓은 아이를 보러 왔다가 아이가 갖고 싶어하던 시계를 사 주려고 했던 것인데,
생각보다 훨씬 비싼 까닭에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결정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절망적인 얼굴로 엄마의 얼굴이랑 시계를 번갈아 보는 아이가 너무 가여워서,
차액을 제가 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그 분께 3천 원 깎아 드린다고 말씀 드렸지요.
행복 가득한 얼굴로 돌아서 가는 그들을 보며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정연이 님 / 충북 충주시 교현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