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박광철 선생은 휴일이나 방학 중에도
넥타이를 단정히 맨 정장 차림에 반들거리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겸손했으며 교양이 풍부하고 시비 판단에 정연했다.
사람들은 학생들 일에 가장 헌신적이고 동료 교사들과 원만한 그를 '무결 선생' 이라 불렀다.
그런데 요 몇 달 사이에 박광철 선생은 그 자신의 영광스런 별칭에 흠집이 가는
뜻밖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뜻밖의 행동이란 바로 의자에 앉지 않는 것이었다.
원래 수업 시간에는 꼿꼿하게 서서 수업을 하는 그였지만 문제는 교무실에서도 그런다는 데 있었다.
그는 교무 회의가 있을 때에만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았는데 그때마다 어금니를 꽉 깨물며
고통을 참는 표정이 동료 교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동료 교사들은 그가 치질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하다는 병원이나 민간 요법을 가르쳐 주는 등의 친절을 베풀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저, 아닙니다" 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구 회사를 하는 학부형 한 사람이 소문을 듣고,
그를 위해 엉덩이가 닿는 부분을 동그랗게 오려 내어 가운데가 뻥 뚫린 의자를 만들어 왔다.
그러자 그 의자를 본 박 선생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그런 의자를 만들어 온 것에 감격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는 의자에 앉을 수가 없어요.
제가 가르쳤던 제자 하나가 지금 감옥에 가 있는데 어찌 제가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전 지금 그놈과 함께 벌을 받고 있는 거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