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불고 추운 겨울날, 스님 한 분이 시골 논두렁 좁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논두렁 한가운데쯤 왔을 때 맞은 편에서 말을 타고 오는 젊은이와 마주쳤다.
"나는 갈 길이 급해요. 어서 비켜요."
젊은 사람은 말 위에 탄 채 한 발로 스님의 가슴을 밀어 걷어찼다.
스님은 양팔을 허우적거리다가 그만 물이 고인 논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젊은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에 채찍을 하며 유유히 가버렸다.
그런데 왠일인지 젊은 사람은 잠시 후에 말에서 내려 논두렁 가운데까지 다시 걸어왔다.
스님을 발로 걷어 찰 때 한 쪽 가죽신이 벗겨져 논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흙탕물에 젖은 옷을 찬물에 씻고 있던 스님은 논 가운데 떨어져 있는 가죽신을 보고
다시 물로 들어가 그것을 집어들고 거기에 묻은 진흙을 자기 옷으로 문지르며
젊은 사람 눈앞에 내밀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젊은 사람은 그것을 받지도 못하고 어찌할 줄 모르다가 드디어 논두렁에 엎드려
엉엉 소리내어 울면서 스님에게 사과했다.
"스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오만불손하던 젊은이는 한없이 너그러운 스님으로부터 비로소 겸손과 예의를 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