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 들어서 초임발령을 받고 찾아간 학교는 아주 작은 시골 학교였다.
부임인사를 마치고 첫수업을 하러 교실에 들어갔더니 올망졸망한 눈동자들이
내 모든 것을 단번에 알아내려는 듯 여간 바쁘지 않았다.
나 또한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기껏 생각해 낸 것이 아이들의 용의검사였다.
"점심 먹고 5교시엔 용의검사를 하겠어요."
한마디 던져 놓고 별생각 없이 네 시간 수업을 마쳤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5교시 종소리와 함께 교실에 들어가 보니 참 별난 일이 벌어졌다.
분명히 교실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이상하다 싶어 운동장을 돌아보고, 관찰원과 실습지를 부리나케 돌아봐도
아이들의 모습은 영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낭패한 마음으로 텅 빈 교실에 앉아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이런 모습을 보면 뭐라 하실까?'
도무지 초조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때 무심코 내다본 창 밖으로 멀리 냇가에 점점이 움직이는 무리들이 보였다.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다시 쳐다보니 우리반 아이들이었다.
나는 냅다 "얘들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은 빠른 동작으로 둑길을 뛰어올라 헉헉거리며 달려왔다.
얼마 뒤,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선 아이들의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모두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그 중 한 애가 말했다.
"선생님께 더러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잖아요."
아직 물에 들어가기 이른 6월 초였건만, 아이들은 새로 온 선생님께
지저분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절박함이 더 컸던 모양이다.
나는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깨끗한 그 애들의 용의검사를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