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9일, 높은 곳에서 일하다 떨어진 남편에게
'하반신 마비' 라는 엄청난 선고가 내려졌다.
하염없이 우는 나를 의사선생님은 조용히 달랬다.
"오늘만 울고 울지 마세요. 어린 딸도 있다면서요.
긴 병엔 효자 없다고 결국엔 아주머니 혼자만 남을 겁니다.
그러니 힘내셔야지요!"
그랬다. 울 수조차 없었다.
온몸에 주사기와 호스를 꽂은 채 송장처럼 누워있는 남편과 여섯 살 된 딸,
병원비 등 많은 문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혼 12년 만에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도 병원비 때문에 내놓고 이사하던 날,
채1년도 살아보지 못하고 떠나는구나 싶어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남편은 병원에서 상태가 가장 심한 환자였다.
소변, 대변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다.
얼마 뒤 국립재활병원이 척수장애인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남편을 그리로 옮겼다. 그런데 그 곳에 가니 남편은 오히려 가벼운 쪽이었다.
11년 동안 전신마비 남편을 묵묵히 간호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아줌마에게서
난 참 많은 것을 배웠고 큰 용기를 얻었다.
두 달 뒤 퇴원했을 때 남편은 휠체어를 탈 만큼 좋아졌다.
하지만 또 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휠체어를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눈길, 스스로는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는 거리,
음식점, 이발소, 하다 못해 교회까지도 장애인이 편히 다닐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남편이 건강했을 때는 몰랐었는데….
이런 어려움을 안고 어찌 살지, 생계는 어떻게 꾸려갈지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날마다 '오늘만큼은 울지말자' 고 다짐한다.
어느날 또다시 맥없이 울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재활훈련하는 남편을 보면서
이제 좋아지는 일밖에 없다고 믿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