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시장
안재식
별들도 잠들고
풀잎을 지나는 나귀의 방울 소리
나지막이 멀어지면
모나지 않은 도깨비들 하나둘
싱싱한 햇살 불러들여 장을 펼친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없는게 없는 이곳은
오가는 사람 모두 낯익은 얼굴 같아
90도 절하고 머리 굴리는 가식은 싫어
마음이 먼저 가고 흥정이 뒤따른다
부르튼 손으로 나물 담던 난전 할머니
착한 심성 궁글리는 덤이 넉넉해
급하면 잠옷 바람도 괜찮아
오체투지 순례자가 빗소리 묻힌
빈대떡에 소주로 흰소릴 띄워도
사람 냄새 살아가는 소리
팔딱거리는 누드의 현장
동네 개들도 당당하다
오늘도 나는 달빛 몰고 온
도깨비를 찾아, 집 나선다
- 시인은 시를 쓴다.2019
안재식 시인은, 1942 서울 신설동 출생 저서"야누스의 두 얼굴"외 20여권 등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