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들이 토한 선혈鮮血로
나무들은 곱게 단장丹粧하기에 바쁘고
허수아비들은 목이 쉬어
훠이, 훠이 헛손질만 해댔다
시계를 멈추 게 할 수 있다면
천둥벌거숭이로 눈. 귀. 입에 빗장 지르고
미완의 여름 수채화를 마무리 하면서
눈물이 마르도록 실컷 울고 싶다
나무나 사람이나 때가 있다지만
나는 자주 신神의 명령을 거부하고
유년幼年의 계곡으로 달려갔다
새벽달은 서럽도록 납빛으로 나오고
귀뚜라미는 밤새 독경讀經하고
강바람은 소름을 돋구는데
붉은 장미는 이미 갈바람에 녹아 있었다
국화꽃 시들면
동장군冬將軍은 비수를 들이대며
발가벗기려 들텐데......
나는 얼른 여름 손을 놔야 했다
- 여강 최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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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