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묻어와 뿌리를 내렸을까요?
지하철 입구의 돌기둥 모서리 보도 블럭 가에 파란 생
명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려다 발걸음
을 모두고 들여다 보니 그것은 뜻밖에도 민들레의 새싹
이었습니다.
공해로 뒤덮인 도시의 하늘 아래 파란 생명 하나가 덤
으로 돋아난 것을 보고 나는 그만 살래살래 고개를 젓고
말았습니다. 보지 않아도 누군가에 의해서 짓밟히고 끝
내는 뽑혀나가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민들레는
마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날이 다르게 톱날 잎사귀를
사방으로 쭉쭉 뻗으며 부끄럼도 없이 자라고 있었기 때
문이었습니다.
그 어느 무덥던 날 파김치가 돼서 돌아오는 퇴근길에
서였습니다. 지하철 계단을 막 올라선 나는 돌기둥 모서
리 보도 블럭 가에 노랗게 불을 밝히고 손짓하는 꽃송이
에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습니다. 도시의 황혼을 머금
고 하늘대는 꽃송이 앞에 나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말
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꽃을 피울 생각을 했단 말인가?
나는 무슨 소중한 보물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꽃
송이에 눈길을 박은 채 한참동안이나 자리를 뜰 줄 몰랐
습니다.
그 후 또 얼마쯤 지났다고 생각했을 때였습니다.
이번엔 꽃이 이운 자리에 솜털 모양의 동그란 털방울
이 앙증스레 벙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 털
방울이 너무 신기해 손가락으로 톡 퉁겨보았습니다. 털
방울은 기다렸다는 듯 산산히 부서져 도시의 공해 속 어
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
것들은 다음 해 봄을 잉태한 생명들이었습니다. 그 작은
씨방속에 어떻게 그처럼 질긴 생명을 담아낼 생각을 하
였을까요?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달리면서 곱씹는 말은 나도 민
들레이고 싶다는 것입니다. 내려앉기만 하면 염치도 없
이 아무데서나 뿌리를 내리고 꽃을 터뜨리는 민들레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