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획된 허공
삶은
그 채움
빈 공간이 나 아닌 것 없고
거기 담아지는 건
내 생명이 아닌 것이 없다
너도 나
나도 너
거기를 타고 함께 흐르는 물류의 파동 속
우리가 광속으로 파르르 떨리며
하나가 될 때
오오라 마음은 기쁨의
육체는 환희의
우주는 평안의
오랜 꿈이 살아나리라
생명은 평안한 영면의 숙명으로부터
어떤 비명의 아픈 길도 기꺼워 할 수 있으리라
공 간
비인 공 간
허전한 허무함이 있으므로
존재의 실질함이 있다
마음
바램
바람은
빛과 꼭 같아
우리들 눈 코 귀 입 피부를 타고
우리를 부른다
모든 허용된
빈 곳을 향하여 향하여
결국은 새로운 글 쓰기를 위하여 위하여
나는 그 한 부분
모든 공공공간은 나의 동류
우리들은 원래 그저 빈 그릇이다
그리하여
암흑 속 천궁에 반짝이는 미학적 별 빛이나
지상에 낙하 하는 유성의 긴 기하학적 궤적이
바로 내 안의 흔들림이며
잔잔한 수면에 파랑을 헤치며 오는 미풍의 힘센 입성도
분명 나의 진군이다
훔쳐본 공맹의 말씀
여덟 길 샘을 파다 물을 만나지 못했거든
아직 멈추지 말라는 그 텍스트를 생각한다
오
어느 사이
또
봄
시간이 끌고가는 영원의 긴 긴 자락은
언제나 명멸하는 거품 같은 이 속을 보고 웃기만 하지만
비움과 채움의 재미를 또한 알리라
까마귀가 금속을 수집하듯
내 서랍에 널려 있는 수장품들
작은 인형
풀라스틱 동물들
나사
핀
볼트
모형 자동차
종이 집
접은 장미와 학
예쁘장한 여러 용기들
부러진 붓과 온갖 작은 장식품들
기념품들
돌 조각
사금파리와
와당 파편
메모 글씨장
개구장이 꼬마들의
그림 종이들
...
오래 버리지 못하든
잡동사니들이 있다
오늘은 문득
꼿샘 추위 몰고오는
소리가 심상하지가 않다
그 살가운 걸음이 나의 온 주변을 두드리는 것
아마도 여기저기 무량하게 떠돌다 왔을 그들
이 사람 저 친구 모두를 건드려 보고 왔을 그들
두어 뼘 내 창문에 다가와 시도 없이 장난끼 어린 노크를 한다
소리
그 소리
새소리
내 빈 고요한 공기를 투명하게 울리게 한다
아직 그는 내 머리칼 끝도
흐트려 만져보지 못했다
그러나
난
아직
창문을 열지 못한다
도로로 난 쪽은 질주하는 차들의 매연이 오르고
북쪽 창은 아직 냉기가 든다
몇 일 전에야 겨우 창가의 비닐을 걷었다
그리고 너무 일찍 치웠다고 조금 후회도 했다
창은 자꾸 재촉한다
덜컹 드드드...
명덕(明德)의 새 길을 가보지 않겠느냐고
좀 추우면 어떠냐고
비 좀 뿌리면
늦은 눈 잠깐 맞으면
일나느냐고
나는
아직 담배를 못 끊었다고
대답하고
시가렛을 물었다
머리 위로
고요하게 흐를 연기가 미리 보인다
덜그렁
소리에 갑짜기
또 놀란다
나는 억지로는
끊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아래
발자욱 소리 올라오더니
꼬마가 달그락 철문을 열고 들어온다
녀석이 그려 준
<담배피지 마세요 선생님 장영 올림>
화일에 끼워둔 사인펜 포스터가 생각난다
라이터를 켤 수 없었다
바람이 함께 들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