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다리 * / 안재동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순식간에 어이없이 죽어가야만 했던 많은 사람
단지 그 순간,
그 다리 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한강철교, 마포대교, 올림픽대교, 강서대교·····
요즘엔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참 많기도 하다
저 다리들이 없었을, 그 옛날 한강변엔
나룻배와 사공 또한 참 많았으리라
다리 하나가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펼쳐져 길을 이루는 것보다
그것을 받치고 서 있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많은 것이 아무 말 없이
서로 손을 어깨를 단단히 맞잡고 있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살 수 없음을 다리는 알리라
날이면 날마다, 평생 제 몸 위를
그 무언가가 거칠게 달려가면서
사정없이 상처 낼지라도
길을 이루는 것과 그것을 받치는 것들 중
어느 것 하나 이탈하지 않기에
푸른 물 출렁거리는 한강 위에서
아름다운 자태로 보이는 것이다
영종대교 같은 긴 다리일지라도
어느 시골 샛강의 짧은 섶다리일지라도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