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에게 * / 안재동
살 에이는 엄동설한 없고서야
봄날 따뜻함 어찌 알리
숨 막히는 열대야 무더위,
그 고통 맛본다면
가을 바람 반갑고 고맙다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으리
통통배로 태평양 건넌다 한들
격랑 한 차례 겪지 못하고서야
기쁨 따위 있기나 할까
어느 호젓한 들길의 길목을
천 년 쯤은
묵묵히 지키고 섰을 법한
저 한 그루의 은행나무
가을이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황금색 이파리들을 깃발처럼
펄럭이네
오가는 세월처럼 소리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