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을 접으며 * / 안재동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거센 빗방울
나무가 젖는다
집이며 고층건물도 젖는다
온 대지가 젖는다
나도 젖는다
이럴 땐 정말
애인보다 더 찾게 되는 건 우산
비 그치자, 너나 할 것 없이
우산을 접는다
잘 말리고 고이 접어
있던 자리에 보관하기도 하고
말리지도 않은 채 대충 접어
아무 곳에나 던져버리기도 한다
비 그칠 땐
우산은 완전히 착 접혀야 한다
엉성하게 벌어져 있는
모습이야말로 밉상이다
제대로 접혀지지 않는
우산이 기분을 접어버릴 때도
가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