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로 흙을 퍼서 던지듯
내 가슴속에 짙게 움트는
그대 그리움을 덮고 싶다
가려린 웃음마저도
무게에 못 이겨 해바라기 하듯
타락할 때로 타락해
더 이상 타락할 구멍조차 없는
사랑이고 싶을 때가 있다
노을빛에 나부끼는 버드나무 언덕 위에
하염없이 쓸어내리는
그대 향한 목마른 열정을 묻고
조용히 돌아서고 싶을 때가 있다
나각을 줍는
어부의 딸이고 싶고,
강아지풀 위에 앉은
고추잠자리를 잡으려고
잠자리채를 높이 들고
온 가을을 뒤지는
꼬마이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