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만 묻습니다
나는 그냥 그렇습니다
가신 뒤엔 자주자주 안개 밀리고
풀벌레 자욱하게 잠기기도 하면서
귀먹고 눈멀어 여기 잘 있습니다.
나는 왜 목울음을 꽈리라도 불어서
풀리든지 맺히든지 말을 못하나.
흐르는 것은 그냥 흐르게 두고
나 그냥 여기 있습니다.
염치가 없습니다.
날짜는 가고 드릴 말씀 재처럼 삭아
모두 없어지기 전에 편지라도 씁니다.
날마다 해가 뜨고 날짜는 가고
그날이 언젠지 만나질까요.
그때도 여전히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