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자리는
금방 컬러였다가
금방 흑백이 되지
방금 너랑 앉은 자리
너랑 나눈 이야기 벌써
시계바늘이 돌고
이젠 과거형
"조금 전에…
이야기를 나눴었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잃어버렸던가
얼마나 많은 자리의
이야기를 잃어 버렸던가
많은 시계바늘
허물벗는 많은 키의 옷걸이를
연애도 했었어
이별도 해봤어
삼류노래 가사라고 말하지 마
충분히 당신은 인생에 진지했어
모두 다 책을 열면
대하소설 분량이 되는
그런 흑백필름 몇 통은 지니고 살지
내 필름도 몇 장 보여 줄까?
기저귀를 차고 마루의 햇빛을 주워먹었던 아기 찰칵!
꿰맨 옷을 입고 아이들과 말타기할 때 보던 골목길 찰칵!
랭보시를 읽느라 사춘기의 밥이 타는 것도 모르고 찰칵!
디제이가 있는 음악실에 내가 빠진 엘튼존 찰칵!
신델렐라 구두 찰칵!
봄동산에서 보던 라일락 찰칵!
너 찰칵! 너 찰칵! 찰칵찰칵찰칵_
시간을 병 속에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흑백의 거리
가끔 꺼내서 바르고
가끔 꺼내서 마시고
첨벙 - 들어가
다시 그와 사랑하고
길게길게 입맞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