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생 그리움이 있지요. 호미질을 하고 땅을 갈아엎어도 어딘가 뿌리가 남아있어 또 자라나는, 바다를 향한 그리움은 다 다년생 이지요. 아무리 높은 산맥을 넘어가는 도요새가 결국 이르는 곳이 실지렁이 몇 마리 있는 초라한 해안이라지만, 바다가 가진 그 푸른 자성이 그 높고 바람 시린 하늘을 넘게 하지요. 바닷가에 와서 죽는 새떼까지 있지요. 바다를 향한 그리움은 다 다년생이지요. 잠들면 꿈속까지 넘나드는 잔물결. 밤바다 속으로 집어등 켜고 나갔다 조난된 배들. 파도가 높아 세상 기슭으로 난파되어 온 사람들이라도 결국은 돌아가고 싶은 비린 항구거나 바닷가. 베어 내어도 뿌리까지 뽑아내어도 끝끝내 또 자라나는 다년생 그리움. 바다로 돌아가다 바다를 찾아가다 길 잃거나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기어코 가서 닻 내리고 싶은 바다. 바다를 향한 그리움은 다 다년생 이지요
- [한국문학도서관] 시인의 '문학서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