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날 지하철을 타고 전람회엘 갔지..
머리 위에는 고압선이 흐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위로
눈이 펑펑 쏟아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화랑에 걸린
좋은 그림을 보면
난 그만 눈을 감고 말아..
그림이 너무 눈부시기에
똑바로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어..
샤갈의 그림을 쳐다보다가
그만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고 말았어..
그림에 담긴 푸른색이
내 영혼을 마구 빨아 당기는 것이 같아서..
그러다가 처음 널 보개 되었어..
우리는 아무런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서로의 눈에 서로의 모습이
가득 차 있다는 것 느낄 수 있었지..
이대로 세상이
멈추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네 눈동자 속에 내가 들어 있고
내 속에는 네가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마주 잡은 손에는 세상이 담겨 있고
난 다시 그림을 쳐다 보았지..
눈부신 널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만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어느 틈에 샤갈의 그림 속에는
네 모습이 들어가 있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