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엎어지고 싶은 날이 남아 있었구나
갈기를 세우고 치달려 가서 보여주고 싶은
하얀 가슴이 있었구나
아 끝내 아무 말도 못했지
철썩철썩 엎어지기만 하였지
하얀 거품으로 안간힘을 쓰는데
한 번 떠난 그대는 되돌아오지 않는데
떠나간 그대의
발자국을 핥으면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
부질없어라
그대 발자국만 지워버리고 마는
내 어리석음 속에 나를 숨기고 마는데
갈기를 세우고 다시 달려가야지
저 멀리 해송의 뒤에 서서
내 하얀 가슴을 바라볼 그이를
기다리며 엎어져야지
내 안에 이는 하얀 거품을
내가 핥으며 귀 기울이느니
그대가 이 해변을 걸어갈 때
싸그락싸그락 울려주던 모래톱 소리를
내 사랑 외면하던 그 아픈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