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밭 지나 옥수수밭 사이
두 노인네 사는 외갓집이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 따라 짐 자전거 타고 온 날은
끓는 물에 어김없이 닭을 삶던 집
감꽃이 떨어지면 감꽃을 주어 먹던 집
오늘은 마당가에 풀 뽑던 외할머나보다 먼저
외할머니 눈물이 그러그렁 마중 나옵니다
아이구 내 새끼 오네
남조선 천지에서 시 제일 잘 짓는 새끼
그러나 얼마나 떨리는 일인지, 끝없이 쓸쓸한 줄을
외손자가 쓴다는 시가 무엇 하나 적시지 못하는
가엾은 냇물이라는 걸 모르시고
내 솔담배 한 개비 외할머니 드리고
외할머니 청자 한 개비 내가 받아
불붙여 맞담배 피우는 것이 우리 첫인사입니다
외할아버진 못둑 밑 논에 피사리하러 가시고
닭없는 닭장 옆에서 늙으신 외할머니
어제는 재너머 고추밭 매러 갔더니
소짝새가 소짝소짝 그렇게 울어대더라
우리 안서방 일찍도 북망산 가서
남겨둔 처자식 보고 싶어서
저리 소짝새 되어 우는갑다 생각하니
외할머니 맑던 하늘이 또 눈물입니다
외할머니는 우리 어머니 낳아 시집 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