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호에 사는 여자. 그녀는 요리사다. 아침마다 그녀의 주방은 슈
퍼마켓에서 배달된 과일과 채소 또는 육류와 생선으로 가득 찬다. 그
녀는 그것들을 굽거나 삶는다. 그녀는 외롭고, 포만한 위장만이 그녀
의 외로움을 잠시 잠시 잊게 해준다. 하므로 그녀는 쉬지 않고 요리를
하거나 쉴새없이 먹어대는데, 보통은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한다. 오
늘은 무슨 요리를 해먹을까? 그녀의 책장은 각종 요리사전으로 가득
하고, 외로움은 늘 새로운 요리를 탐닉하게 한다. 언제나 그녀의 주방
은 뭉실뭉실 연기를 내뿜고, 그녀는 방금 자신이 실험한 요리에다 멋
진 이름을 지어 붙인다. 그리고 그것을 쟁반에 덜어 302호의 여자에게
끊임없이 갖다 준다.
2
302호에 사는 여자. 그녀는 단식가다. 그녀는 방금 301호가 건네준
음식을 비닐봉지에 싸서 버리거나 냉장고 속에서 딱딱하게 굳도록
버려둔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외롭
고, 숨이 끊어질 듯한 허기만이 그녀의 외로움을 약간 상쇄시켜주는
것 같다. 어떡하면 한 모금의 물마저 단식할 수 있을까? 그녀의 서가
는 단식에 대한 연구서와 체험기로 가득하고, 그녀는 방바닥에 탈진
한 채 드러누워 자신의 외루움에 대하여 쓰기를 즐긴다. 흔히 그녀는
단식과 저술을 한꺼번에 하며, 한 번도 채택되지 않을 원고들을 끊임
없이 문예지와 신문에 투고한다.
3
어느 날 세상 요리를 모두 맛본 301호의 외로움은 인육에게까지 미
친다. 그래서 바싹 마른 302호를 잡아 스플레를 해먹는다. 물론 외로
움에 지친 302호는 쾌히 301호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외
로움이 모두 끝난 것일까? 아직도 301호는 외롭다. 그러므로 301호
의 피와 살이 된 302호도 여전히 외롭다.
위잉
08.07
책보면서 타자로 다 옮겨 적는다고 고생을 조금.....ㅎㅅㅎ 어디 오타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