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나무도 보석을 길에 흘리네.
깊이 묻어두었던 심중이란 그처럼 어여쁜가.
이쯤이면
새는 그 씨앗 한 알 물고 강을 가로질러
산의 잔등 위 흰 억새 밭을 지나
향기로운 나무의 일생을 이끌고 가리라.
고작 비오고 바람 부는 날조차 갈피를 잡지 못한
내 얕은 뿌리여.
피처럼 뜨거운 루비 한 알 품어보았는가.
새에게 바람에게 흘려줄 보석도 없이
석류나무 앞을 지나네
사랑하든 미워하든
생은 다만 흘러갈 뿐,
삶은 무엇을 향한 통과의례인가.
내세를 믿기엔 너무 붉은 가슴이여.
새에게 쪼인 심장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