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쓸쓸함과
꿈꾸는 이들의 역경과
절망의 자국들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젖는
은신의 몸짓 드러낸 채
한나절 햇살로
그나마 목을 축인다
삭풍에도 멈출 수 없을
심장을 끌어안고
찰나의 인연도 아끼는
나무이기를 포기하지 말자
새로운 계절
경이로운 시선을 받는
청춘의 그늘에 다시 묻혀도
마른 가지 끝에
내 영혼을 매자
겨울밤
생명을 지키려는 비명이
바람에 실려오고 끝내는
고통에 뒤척이는 앙상한 몰골까지
불꺼진 창가로 몰려왔다
그래, 문을 열자 내 하루가
내 삶이 온통
겨울나무이기를 주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