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속의 숫자에 우표를 붙인다.
이혼한 여자처럼 불꺼진 그믐에
혼자 앉아
수취인 불명의 편지를 쓴다.
십이월, 십이월...
입 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그대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일에 나는
길들어져 있다.
단념하듯 날 저물고
눈 내린다.
일제히 하얀 점으로 변하는
눈동자 속의 십이월,
길 위로 나서기 위해
목이 긴 구두를 꺼내 신는다.
여름의 끝에 헤어진 친구를
눈발 속에서 찾다.
그대의 기쁨을 슬픔으로 바꾸는 일에
정말 나는 길들어 있을까.
사막에 눈 내리면
검은 머리카락이 반쯤 젖는다.
타클라마칸이나 라자스탄쯤의 십이월,
때로는
지쳐서 주저앉아 있는,
내 청춘의 사막쯤에 숨겨놓은 십이월,
가끔은
그대 침묵 앞에
온몸을 사르르 숯으로 빛나고 싶을 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