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막혀버렸다, 깊은 겨울
버스도 들어오지 않았다, 차라리 막혀버려다오.
겨울은 내 고향의 구들목에
미신이 들끓는 달,
지글지글 끓는 사랑방 아랫목에서
머슴들의 사랑이 무르익어가는 달,
화투장 위에도 밤새도록 흰 눈이여 쌓여다오.
겨울 산촌(山村)은 막힌 대로가 좋아
눈은 이틀째 자꾸만 내리고
자꾸만 내리고
신문도 배달부도 안 오는 깊은 겨울.
도시에서 실려오는 편지도
새마을 잡지도 오지 말아다오
차라리 신문이여 오지 말아다오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유행가여 들리지 말아다오
지불명령을 가지고 오는 우체부 아저씨여 오지 말아다오.
눈 내리는 소리만 들리게 하고, 차라리
호롱불 가에서 심청전을 읽으며 울게 해다오
춘향이와 이도령의 서러운 이별을 함께 울게 해다오.
이틀째 이틀째 내리는 눈, 심란하게 심란하게 내리는 눈,
과부네 집 창가에 바스락거리는 눈,
눈 녹으면 어이할거나, 얼음 풀리면 어이할거나.
읍내로 나가는 고개도 막히고, 학교로 나가는 앞길도 막히고
간이역으로 나가는 윗길도 막히고,
막힌 땅에서 농부가 울어, 막힌 가슴으로
고향이 울어.
차라리 모두 다 막혀버려다오
차라리 모두 다 막혀버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