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내 생각, 느낌
촉수의 끝에라도
매달고 있나요
바람 불면
창틈에 스미는
잔 기척에도
놀라 일어나
낡아 갑니다
일상과 어우러져
웃고 뒹굴다가도
얼핏 돌아보다 멈추고
가슴이 뚫어지는 것을
알 수 있나요
세월이 가고
추억이 켜켜이 쌓여도
그 모습 그대로
지배하고 억누르고
속박하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얼마나 초라한 젊음인데
반딧불 같은 청춘인데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그렇게 끝이 나버렸나요
단지
아름답고 현명하고
분위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던 그대
지금 행복한가요
아직도 고혹의 미소로
버티고 있나요
먼 타국의 하늘도
같이 거닐던
종로 명동의 하늘처럼
오색 빛 찬란한가요
이젠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었는데
그냥 그대로 삼켜 버리렵니다
내일이 열릴 것이고
삶은 이어질 것이지만
더 이상 감흥은 없을 겁니다
가로막힌 벽이 너무 두꼽고
세상은 너무 살벌하고
사랑은 녹이 슬고
이제 그만 잊혀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