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만 하는 사랑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영혼
모든 감각을 무디게 하더니
세포 구석구석 파고드는 전율
나는 새벽별처럼 스러집니다
강렬한 한낮태양 같은 그대 앞에
한줌 이슬만도 못한 나약한 여인
입술조차 열지 못한 벙어리 냉가슴입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사랑
내 몫이 아닐 것 같은 사람
아름드리나무 그늘아래
초망(草莽) 가까이 들리는 풀벌레 소리마저
그대 부르심인 듯 눈 돌리련만
오간데 없습니다
지난여름 세차게 퍼붓던 사랑은
하늘을 선회한 꿈결이었을까요
태풍몰이 지나간 황폐한 잔여처럼
허물어지는 긴 장마 끝 축대에 매달린
날개 젖은 여린 새처럼
파르르 불안으로 햇살지고도
화들짝 웃지 못한 채
처연한 미소 피식 짓고
그렁그렁 눈물이 고입니다
가을바람타고 떠난 구름 같은 그대
이 밤 지새고 나면 혹시 올 것 같음에
나, 기다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