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에 부르는 소리 있어
내 나가 보니
내 나가 보니
들에 하늘에 당신이 가득 차 있다
허리로 가슴으로 휘감아드는 바람같은 당신의 숨결
풀잎을 눕히며 다가들고
초조한 새소리 빗방울같은 발굽소리
몰려가며
서편 하늘을 불태우는 당신을 보았다.
처음에 품었던 사랑이여 나는 너의 그림자인가
네가 스칠 때마다 내 살갗에는 불꽃이 일어
허물이라도 벗을 듯 쓰리고 따가운 마음
얼굴을 보여다오, 내 사랑아
눈을 보여다오
시작부터 영원까지 멈추지 않는
불꽃같은 심장을 보여다오
네 입술이 닿은 내 눈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풀무치는 풀무치끼리 서로 만나고
새벽달과 샛별이 한데 이우는 것을
나는 꼭 내 일처럼 볼 수 있구나
네 혀로 열어놓은 나의 말은
거칠게 짠 자리처럼 늘 너의 피난처가 되리라
내 사랑아, 그러니 얼굴을 보여다오
네 손과 네 발이 내 길을 막아다오
빈 들에 부르는 소리 있어
내 떨리는 두 손 감추고 나가보니
온 천지에 당신의 영은 가득한데
나의 때는 아직 아니 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