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高手) *
안재동
“앉으세요...” 참으로 고맙게 들리는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서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사람은 짐을 나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앉고 싶어 하고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몸을 기대거나 눕고 싶어 한다
허공만 받치고 제 몸 하나 바로잡아 세운다는 것마저
사람에겐 그렇게 힘든 일이다
나무는 뿌리 하나 땅에 묻은 채 추우나 더우나
일생 동안 꼿꼿이 서서
단 한 번도 투덜거리는 일 없이
머리를 하늘로 하늘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려 한다
사람은 서로 몸만 부대껴도 짜증을 내거나 다투지만
나무는 누군가에 의해 몸에 수 없이 상처를 입어도
아프단 말, 고통의 몸짓 한 번 않는다
구름은 나무보다 하늘에 더 가까이 있고
나무를 내려다보며 비웃지만 늘 바람에 쫓겨 다닌다
나무도 때론 거센 바람을 이겨내지 못한다
하지만 바람은 뿌리도 없고 하늘에 머무를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