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나를 묻어다오!
바람아 나를 묻어다오!
정든 이 아무도 오지 않고
떠도는 저녁과
대지의 고요한 숨결만 찾아든다.
너처럼 자유로웠던 나
너무도 살고 싶었다.
바람아, 보아라.
아무도 돌볼 이 없는 차디찬 내 육신을
저녁이 만든 어둠의 옷으로
이 검은 상처를 덮어다오.
그리고 푸른 안개가 나에게
송가를 읽어주게 해다오,
마지막 잠이 들
외로운 내 영혼을 위하여.
키다리 사초처럼 울어다오,
봄을 위하여, 나의 봄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