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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가득 여운을 느끼세요
[현대詩] 나무와 바람
날짜
:
2005년 02월 07일 (월) 11:40:03 오후
조회
:
2220
* 나무와 바람 *
안재동
바람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선 나무는 고독하지 않다
바람이 때때로
나무의 곤한 밤잠을 깨우거나
술취한 듯 비틀거리며 다가와
몸을 심하게 흔드는 심술 때문에
나무는 여간 짜증스럽지 않지만
바람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하고
한여름 삼복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주기도 한다 그래서 때론
나무가 바람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무는 바람을 좋아하진 않는다
여름날엔 가끔
바람이 노기 띤 얼굴로 들이닥쳐
주위에 있는
작은 나무들의 몸통을 뿌리째
뽑아놓고 사라지곤 했기 때문이다
나무는 바람을 믿지도 않는다
한 번 지나간 바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는 항상 처음 보는 바람과
악수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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