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앞에 두고
손질이 자주 가는 것은
눈에 잘 띄지만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의 만남 가운데에도
보이는 인연과
보이지 않는 인연은
일상의 생활
밤마다
내 눈물을 짜 내고
가슴을 아프게 하는 사람은
악연의 무덤에 피는 꽃
그러나
간밤에 일장춘몽으로
스쳐가는 만남이라 할 지라도
나를 진정 사랑하는
인연이라
물보라는
배를 따라 오는 듯 하지만
끝내는
스스로 사라지고 마는 것
그것일 수 밖에 없는
인생의 배에는
삶과 죽음밖에 없는
영혼의 휘날림
질기고
질긴 인연의 만남은
우주의 허상으로 오고 가는 것
땅을 밟고
하늘을 보면 그 뿐
별을 헤여 심장에 묻어 둔들
뭐하겠는가
향수(香水)는 진공의 물이니
허와 실의
그림자로 남는 것
- 정산 김용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