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노인이 뽕잎같이 생긴 장방형의 뻥튀기를 씹으며
저물어가는 가을의 거리를 신기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桑田碧海, (씹으면 씹을수록 새로워지는 것)저 늙은 누에는
날개를 상상하지 않았으므로
어둠마저 천천히
맛있게 씹어온 것일까. 나이를 먹으며
믿음은 덩달아 갉아먹히고
천진함은 그만큼 자라날 수 있었다는 것
저것이 바로 쭈글쭈글하고 못난 번데기의 삶을
나비처럼 가볍게 번역하는 기술이다
허공에 짱짱하게 매듭져진 시간의 체계를 잘라
深中한 어둠을 만드는 기술
허공으로 날개의 집을 짓는 기술이다
시간이란 씹으면 씹을수록 새로워지는 것
푸른 바다로 날아가기 위해 허공을 씹는
늙은 누에의 저 생소한 눈빛
* 桑田碧海 (상전벽해) : 뽕잎이 바다로 변할 만큼의 기나긴 시간.
<제 3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作>
* 서덕민 (원광대 4년 재학)
말하지 마라. 네 입은 작다.
- 이누이트 격언
08.26
번데기를 씹으면서 맛을 음미하다가 서덕민의 "桑田碧海"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을 때, 무릎을 치면서 "아" 했던 기억.
그런 시가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시가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08.27
이 분 정말 시 잘쓴당~^^
"시간이란 씹으면 씹을수록 새로워지는 것
푸른 바다로 날아가기 위해 허공을 씹는
늙은 누에의 저 생소한 눈빛" 이 부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