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난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가서는 오지 않는 날들
죄다 불러들여 같이 놀고 싶다
가는 길과 오는 길을 신호 하나로 바꾸는
가변차선의 날들은 없는 걸까
가령 세월이 회전문이라면
밀리고 밀려봐야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일 수는 없는 걸까
엉킨 마음만 벌집 주위를 잉잉거려
문을 꽝 닫는다 가동 808호
뒤통수로 문패가 싱겁게 떨어진다
이제 나는 주소불명이며 신원미상이다
신문도 사절이다 입술 앙다물지만
아이들이 다시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난다
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