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단뱀 * / 안재동
최근 미국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이란 곳에서
길이 4m의 미얀마 비단뱀이란 놈이
몸 길이 1.8m나 되는 악어를 통째로 삼킨 뒤
배가 터져 죽은 소식이
각 신문이며 방송에서 특종처럼 보도되었다.
사진에 담긴 현장이 사상 초유의 발견이란다.
어떤 이는 몹시 흥미로워하고
어떤 이는 공포 영화가 무색할 정도로 전율한단다.
공원에 제멋대로 나뒹굴다, 성가시게 내 발치로
바람에 흩날려 왔던 낡은 신문 쪼가리의 그 기사에
한눈 팔고 있는 동안
발발거리며 따라왔던 애완견이 갑자기 사라졌다.
사방을 둘러보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저쪽으로 굵고 길다란 비단뱀 한 마리
배 한 켠이 불룩하니, 굴러가는건지 기어가는건지
알수 없을 정도로
공원 숲 사이를 딜룩거리며 빠져나간다.
저 비단뱀이 필시 내 애완견을 삼켰으리라.
심증은 가되 확증은 없지만
뒤를 쫓다보니 비단뱀이 국회 담벼락을 넘더니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았다.
일전엔 어느 관청에서 기어나온 비단뱀이
무엇을 잘못 먹었던지 배가 터져 죽었단 소문이
몇 차례 있기도 했다.
심지어 총과 칼로 무장한 군인들이 사는 부대에서도
비단뱀이 제멋대로 활보했었는데
어느 민간인의 제보가 있고서야 군인들이 멋적게
사로잡은 일도 있었다 한다.
용맹스런 군인들도 때론 비단뱀이 무서워
슬슬 길 때가 있나보다.
그렇듯
우리 주위 어느 곳이든 비단뱀은 있는 것이다.
비단뱀은 평소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배가 터져서 죽어 나자빠졌을 때나 제 스스로
징그럽고 흉한 몸매를 뽐내듯 보여주는 것이다.
누가 붙여준 이름인지
이름 하난 참으로 고운 비단뱀.
독버섯도 그 외모는
참 먹음직스러울 정도로 탐스럽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