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수(噴水) * / 안재동
폭포수는 낙하하지만 분수는 중력에 항거하며 위로
박차 오른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물방울들이 참 곱다.
밀폐된 곳에 탁하게 머무르다 전동모터의 힘을 타고
감옥에서 죽기 살기로 탈출하는 죄수들의 심정이거나
식민지배에서 갓 벗어난 해방민들의 감격보다 더
성큼한 기운으로 꺼칠한 쇠파이프 터널을 뚫고 바깥
으로 마냥 튀어 오른다. 끝없는 물줄기는 인기척에
놀란 참새무리 마냥 공중에서 흩어졌다가 사방으로
머리를 처박는다. 은방울 같은 물의 파편들 한순간
허공에서 하루살이보다 짧은 찰나에 머물다 사라진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모습이 한없이 아름답구나.
아름다움은 슬픔을 낳는다. 애틋하게도 그것은 보고
듣고 숨 쉴 수 없어 슬픈 미륵산 자락에 길게 누운
큰바위의 눈물이거나 사랑에 흠뻑 몸 적시지 못해
몸부림치는 연인들의 눈물과 몸짓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