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라는 종착역으로 달려야 할 나의 기차는 * / 안재동
너라는 종착역으로 달려야 할
나의 기차는,
어느 간이역에 멈추어
써늘한 늦가을비를 흠뻑 맞으며
떨고 있는 나의 기차는,
붉은 낙엽에 파묻혀가는
레일 위에서 오늘도,
기다림과 그리움의 두 발로
엉거주춤 버티고 서 있을 뿐이다.
어느샌가
바퀴들은 벌겋게 녹슬고
기관마저 고장난 채
육중한 검은 철마는 아무 말없이,
쿵쿵거리는
내 심장의 박동을 삼키며
제 허기만을 채우고 있다.
하늘끝까지 닿도록 요란하게
푸른 기적을 울리며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철길을
철그렁거리며 달려야 할
나의 기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