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 1 * / 안재동
시월도 저물어 갈 무렵의 어느 들녘
동굴 천장에 붙어 자는 박쥐떼처럼
대추나무며 감나무에
농익은 대추랑 감들이 소리없이
대롱대롱 매달려
을씨년스런 가을비 한 줄기에 금새
싸늘히 떨고 있다.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던져진 계란처럼
짧은 시간에 완숙되는 가을이다.
분수대를 지키고 선 은행나무들
알몸을 젖고 간간이 스치는 찬바람에
뼈마디가 시리다.
모세혈관 막혀버린 잎새들
바람에 다소 반항하다 그만 순응하듯
먼지처럼 힘없이 너풀대며 떨어진다.
굴삭기에 움푹 패인 건물 공사장 한켠
바람에 쫒겨다니던 황갈색 잎새들이
파고들어 가을비에 젖갈처럼 저려진다.
그 위, 어디선가에서 날아와 포개지는
풀벌레들 노래 차마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