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 / 안재동
11월은, 어쩐지
우거진 억새 숲 속에서 혹은
고즈넉한 시골길의 돌담 같은 곳에
기대어 서서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며
외롭고 쓸쓸히 서 있는 사람 같다.
들녘의 감나무엔 불그스레
감들이 탐스럽게 잘도 익어
마음은 넉넉한데
저들도 이내 어디론가 사라지고,
운 좋게 끝까지 남게 되는 몇몇은
까치의 부리에 사정없이
쪼임 당하거나
된서리에 살을 에는 고통을
맛볼 것이다.
이따금 매몰차게 부는 바람에
나무들은 신음소리조차 없이
제 피붙이들을 잃어가고
나뭇가지는 점점 성글어 가는데
어느 곳에도 정착 못하고
메마르고 찬 땅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잎새들의 붉은 주검은 또
어찌 저다지 얄밉도록 아름답고
자유스럽더란 말인가.
11월은
그 손길이 언제나 냉랭하지만
이젠 가고 없는, 그런
그리운 사람의 따뜻한 훈기와
짜아한 눈시울로
멋쩍게 터벅터벅 찾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