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그만 다락방,
몸 전체가 다락인 그가 산다
그곳에는 몇몇 죽은 자들의 유언과
산 자들의 열망이 책장에 꽂혀 있다 한때
내 정신을 비틀고 지나갔던 그리움들이 벽돌이 되어
침착하게 쌓여 있고 사랑의 꽁초들은 죽는 것만이
남은 일처럼 쉬고 있다
다락이 몸인 그는 자신의 죽음을 자신의
아가리에 처넣으며 살아간다 이따금 나는 그의 가슴에 꽂힌
몇 장의 명함을 찢고 싶다
불행했던 날들도 그를 만나면
아득해진다 아득해지면 대부분의 것들은 지워지고
남은 것들은 더욱 선명해진다
남은 그것이 뱀의 혀를 닮았어도 아득하면
맑아진다 아름다움이란 지워질 무렵에 보인다
그의 품 속에는 아득한 것만 남아 있구나
내 속에 든 그를 나는 종이처럼
구겨버릴 수 없다
내가 죽은 뒤에도 그는
내가 지나쳐 온 모든 길에서 주소를 옮겨
타인들 속을 떠돌아다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