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속에서 그녀가 무어라 중얼거린다 누구와 채널을 맞춘 것일까 때로 웃기도 하다 손발을 흔들기도 한다 낯선 발음들에 귀 기울인다 밥 먹었느냐구, 친구 만나고 오느냐구, 그녀는 잠 속에서도 한 생을 살고 있다 그곳이 어딘지, 덩그렇게 혼자 남은 방을 휘둘러본다 잠 속의 그녀는 먼 안드로메다 성운이나 그보다 더 멀리 은하계 어느 별, 에메랄드 성벽으로 둘러 쌓인 실내에서 그곳의 남편과 새하얀 자식들이랑 마주 앉아서 다과를 나누는 걸까 산책길에 햇살보다 더 황홀한 빛에 도취된 걸까 가끔은 홀로 남겨진 내가 못미더운 듯 실눈을 떴다 다시 감으며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어떤 날은 기괴한 생을 살다 온다 그럴 때면 거친 소리들이 잠 속으로 흘러 다닌다 여기의 잠이 그곳의 일상이 되고 그곳의 잠이 이곳의 일상이 되는 그녀의 이중생활 우리는 그렇게 먼 거리를 달려와 낯선 별의 한때를 순식간에 흘려보낸다 몸을 뒤척이다 겨우 나를 바라본다 몇 십 년을 살다 온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