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이 드물다는 혹성에서 철공소의 쇠망치 소리를 들으며 당신은 눈물이 흘렀다 철컥철컥, 얼어붙은 심장을 뚫고 밤과 낮이 바뀔 때마다 한 뼘씩 자라나 총성 없이 쏟아지는 탄환 같은 잎사귀 우리는 오래 전에 죽지 않았을까 무엇을 맞췄다는 느낌도 무엇을 잃었다는 느낌도 없이 죽은 나무 둥치에서 쿵쿵, 뛰어오르는 매번 새로 태어나는 잎사귀 무엇을 믿어야 하나 나무들의 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어도 잡히는 신비는 없는데 가지를 구부려 물방울은 씨앗으로 들어가고 햇볕은 가장 먼 뿌리까지 스며드는데 누가 죽어도 누가 태어나도 조금도 무거워지거나 가벼워지는 법 없는 혹성에서 철공소의 쇠망치 소리를 들으며 당신은 눈물이 흘렀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쉼 없이 강철 팽이처럼 돌아가는 혹성 위에서 한없이 먼 곳을 떠돌다 되돌아온 종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