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람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 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니었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12.28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이 부분이 참 ... 시 잘 읽었어요^^
12.29
황지우님의 시를 처음 접할 때는 너무도 건조하고 삭막해서 어려웠지요. 몇번을 다시 읽어야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그 시만의 맛들때문에 ^^황지우님의 시집을 두 권이나 샀었죠. 오늘 다시 읽으니까 또 새롭네요. 역시 창작은 오랜 경험의 관록과 지혜가 덧붙여져야 깊은 맛이 나나봅니다.^^
03.25
그토록 내 희생의 댓가를 받으려 했는데... 결국 나를 위한 나의 희생이었군요...
지금은 비록 슬프지만
내일은
괜찮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