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노를 저어오는
저 싱싱한 사내의
순금빛 얼굴에서 빛나고,
그러나 금새
파곤한 하루는
서산에서 저문다.
이윽고 거대한 검은 날개를 편 밤은
와서
다시 향긋한 입김을 물고 잠든 아기의
포대기 속에 있다.
아기를 보듬고 잠이 든 아내의 속눈썹
밑에도 있다.
신의 광명도 끊인듯한 이 철,
고독한 이 시대의 밤에도
속절없는 구수을 꿈꾸는 아내여.
그럼, 당신은 꿈 속에서 달빛같이 불을 켜라.
나는 겸허한 지혜가 되어
차가운 한밤내 신앙처럼 노래를 살려내고
어둠을 접어둘 아침까지는
결빙의 바람소리를 들을 것이다.
지금은 이불 속에 잠든 아기의
간간이 칭얼대던 노래도 그치고
언제는 안 그러랴마는
뉘에겐들 안 그러랴마는
죽어버린 혼보다
살아 있는 혼은 더 고달프고
우리들 불면으로도 못 다스린 사랑은
또다시 내일까지 남을 것이다.
저마다 버릴 수도, 잊고는 살 수 없는
우리들
유년의 발자국 파묻혀간 지평 너머
숨은 애인같던 고향이여
그러나 아직도 이 이승에서
아내보다 더 많이
나는 육신의 혼을 그리고
혼의 아픔을 불러낼 줄 알지만
그저 이 까만 밤을 앞으로
몇 장이나 더 헤어가야만
봄을 새긴 들판에 노래가 사는지
밤 새워가며 못내 어깨뼈 아픈 기약을 서둔다.
봄은 멀고
유리창은 끝까지 죽음에 따르는 저 완고한
고집을 배웅하듯이
이를 맞부딪쳐 떨며 울고,
이 한밤
살아있는 살점 안에 고인 눈물로 불씨같은
노래를 간직하고 나는 밤에 더 잘
저 어둠의 밖까지
환상의 빛고운 날개를 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