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이 가을엔
귓볼 붉어지는 이에게로 달려가자.
허술한 우리 사랑은 이런 저녁무렵
저 뒤 뜰 속에 툭툭 떨어지는
감나무의 붉은 홍시와도 같아서
갑자기 제 그리움의 고만한 무게도
스스로 감당키 어렵나니
허술하게 툭 떨어지나니
아아 이 가을에는
귓볼 붉어지는 이에게로 달려가자.
단풍잎들도 스스로 몸 흔들어 지는
이 쓸쓸한 가을 저녁에
산 마루 위로 붉은 노을이 황홀히 타 오르고
잘 익은 세상 사랑들만이
오늘 저 하늘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아아 이 저녁에 일제히 빛나고 있다
이 가을엔 하루 일들 어서어서 마치고서
탁한 우리 눈빛에도
저 노을처럼 귓볼 붉어지는 이에게로 달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