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는 발자국으로 말한다
해인사 계곡에 넘치던 빗물이
엎친 데 덮친 듯 부셔지드니
남해에 이르러
퍼렇게 멍들어 몸져 누웠다
너희가 알기나 하냐
청운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난의 길을 예감하면서도
짐짓 알 수 없는 시련의 시작에
몸을 떨어야 했던 비의 속울음을
나그네는 흔적으로 말한다
넘쳐서 통곡하고 모자라서 탄식하던
그 여름의 질곡
여로의 끝, 안식의 저편에서
풍요의 만선을 기다린다
너희가 알기나 하냐
나그네가 바다가 되기까지
넓은 가슴으로 애무하며
긴 기다림의 세월을 엮어
기워갚고야 말 은혜를 생각하는 비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