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봄이 새싹 움 틔워 오면
비를 맞으며 들길을 걷고 싶어
삶의 찌든 나이테를 지우며
타박타박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꽃들을 피워내고
부당하게 당했던 그 시절을 이제 지우고
늦은 인사를 할 당신에게
"내 먼저 행복의 꽃을 보았느니라"
정중히 인사하고 싶다
온통 이름 모를 것들이
안개바다에 부유물로 떠돌다
우리들 때 절은 안부 사이에
곱게 꽃 봉우리를 틔우면
균형을 이룬 정담을 나누고 싶다
그대는 더는 노여워말고
부당한 세월을 살아야만 했던
안타깝고 속상한 무언의 표식들 위에
너그러운 입맞춤을 퍼 부어주오
그렇게 봄날은 얼음장 아래 숨죽여 오는데
첫 번째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
어느 모퉁이쯤에서 세상 굴레를 벗어놓고
들길에 서있는 포플러 가지에
새날의 연초록 이파리들을 달아주고 싶다
봄밤의 벽에 꽃등불 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