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민 -
누에는 제 몸을 뽑아
껍질을 직조하지만
사랑은 영혼을 뽑아
진실을 가두는 자선을 베푼다.
내어주는 아량보다
베풀어 받는 은혜의 색깔
잃은 것을 그리워하기보다
아까와만 하는 그물에
밀물이 썰물을 덥쳐
네마음 걸려 들어오고.
바랐던 것, 실뿌리
잎마디 숨소리까지
보듬고 가꾸기를 원했던 것은
네가 나의 봉오리로
여직껏 머물러준
고마움 때문이었다.
돌개바람이었다
산파도 소리 때문이었다
외로운 님의 무덤 가에
영혼 되어 돌고 돌다가
남은 것은 알갱이
빈 껍데기만 날아갔다.